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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 잡은 '노벨상감' 놓쳤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12 17:06

우주 생성의 비밀을 알려줄 소립자 연구에서 크게 앞서가던 한국 연구진이 중국에 단 1주일 사이로 막판 추월당했다. 중국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국제 연구진과 손잡은 결과 노벨상 후보감으로 꼽히던 최초 연구 성과를 먼저 발표한 것이다.

중국 다야완(大亞灣) 원자력발전소 중성미자 연구단은 지난 8일 베이징(北京)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에서 "전자중성미자가 뮤온중성미자로 변환하는 비율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공개했다. 연구단은 다음 날(9일) 미국 물리학회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지에 연구논문을 제출했다.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본입자인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반응을 거의 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3가지 중성미자(전자중성미자·뮤온중성미자·타우중성미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것을 밝혀내 우주 생성 과정을 추적해 왔다.

지금까지 뮤온중성미자-타우중성미자 변환 비율이 100%, 타우중성미자-전자중성미자 80%로 밝혀졌다. 중국 연구진은 마지막 남은 전자중성미자-뮤온중성미자의 변환 비율이 6%임을 최초로 밝혔다. 중성미자 연구는 지금까지 노벨상을 세 차례나 받을 정도로 물리학의 핵심 연구분야다. 학계에서는 중성미자 변환 비율이 밝혀질 때마다 '노벨상 후보 1순위'라는 말이 나돌았다.

김수봉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는 12일 "우리 연구진도 같은 내용의 논문을 이번 주 같은 저널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연말까지도 세계에서 우리가 제일 앞서 있었는데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고 말했다.

중성미자 검출기 - 중국 다야완 원전 인근의 근거리 중성미자 검출기 건설 모습(사진 위)과 검출기 내부 벽면에 부착된 광센서들(아래). 최종 완성된 2대의 검출기에는 각각 100)의 물과 특수 검출용액이 들어갔다. 중성미자가 검출용액 내부 입자와 아주 드물게 부딪힐 때 빛이 나오는 것을 광센서가 포착한다. /미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제공

 

 

50명 vs 240명, 116억원 vs 600억원

우리나라와 프랑스, 중국은 원자로 가까운 곳과 먼 곳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두고 변환 비율을 추적해왔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5월 전남 영광원전에 중성미자 검출시설을 완공해 8월부터 검출에 들어갔다. 시작은 프랑스와 중국보다 3~4년 늦었지만, 원자로 출력이 최고인 데다 자연조건도 좋아 연구 진전 속도가 가장 빨랐다.

중국은 지난해 7월에야 검출시설을 완공했다. 우리는 116억원을 들여 검출기 2대를 설치했지만 중국은 600억원을 들여 6대를 설치했다. 우리는 10개 대학 50여명이 연구에 참여했지만,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고 양국 38개 기관의 240여명으로 대규모 연구진을 꾸렸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검출에 들어가 불과 55일 만에 세계적인 발견을 마무리했다.

엔고 파동에 부품 조달 늦어져

국내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초과학에 거액을 투자한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나라가 앞서 갈 때 지원을 더 했더라면 상황이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연구진은 건설허가를 받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를 설득하느라 예정보다 1년 늦게 검출시설을 완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중에 엔화 가치가 상승해 핵심부품(일본산 광센서)을 사지 못해 일정이 느려지기도 했다.

☞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 12개 기본입자 중 전기를 띠지 않는 3종류. 매초 손톱만한 면적에 1000억개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지구를 통과한다.

☞ 반(反)물질(antimatter):
물질과 질량은 같고 전기적 성질만 정반대이다. 우주 탄생 직후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왜 물질만 남아 있는지가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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